속초 만석닭강정, 솔직히 나는 별로인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사갈까

 속초 만석닭강정, 솔직히 나는 별로인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사갈까


속초중앙시장에 가면 유난히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닭강정 상자입니다.

특히 주말에는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 대부분의 손에 닭강정 상자가 하나씩 들려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한 박스를 들고 가는 사람도 있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나눠주려는 듯 두세 박스를 챙기는 사람도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많이 사가는 걸까?’ 그 유명한 만석닭강정을 저도 이번에 직접 사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금 의외였습니다. 솔직히 제 입맛에는 별로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이 사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직접 먹어보고 나니 만석닭강정이 단순히 맛 하나만으로 유명해진 음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83년부터 시작한 속초의 닭강정만석닭강정



속초 만석닭강정은 1983년 속초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속초를 대표하는 지역 음식점으로 자리 잡았고, 속초중앙시장과 관광객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이름이 점점 알려졌습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속초중앙시장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만석닭강정의 인지도도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예전의 전통시장이 수산물이나 건어물 등을 중심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속초중앙시장은 먹거리를 찾아 일부러 방문하는 관광지가 됐습니다.

닭강정 역시 이 변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행 블로그와 인터넷을 통해 속초의 대표 먹거리로 소개되는 일이 많아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속초에 가면 만석닭강정을 사 온다’는 인식이 만들어졌습니다.


주말 시장에서 직접 보니 더 놀라웠다



이번에 제가 시장에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만석닭강정 매장만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손에 닭강정 상자가 계속 보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시장을 구경하면서 상자를 들고 다녔고, 어떤 사람은 가족과 함께 여러 박스를 챙겨 나왔습니다.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니 그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하나쯤 사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생깁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사가니까 저도 샀습니다.



내가 산 것은 뼈 있는 보통맛, 가격은 2만원



제가 이번에 구입한 것은 뼈 있는 보통맛 한 박스였습니다. 가격은 2만원이었습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닭강정 한 박스에 2만원이라는 가격이 아주 이상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집어 들 만한 가격도 아닙니다. 그래도 속초까지 왔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하나씩 들고 있으니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직접 먹어보자.’
그렇게 한 박스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먹어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차가운 닭강정, 내 입맛에는 아쉬웠다



제가 가장 아쉽게 느낀 부분은 차갑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치킨을 먹을 때 뜨거울 때의 바삭함과 갓 튀겨낸 닭고기의 풍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닭강정은 포장해서 가져가는 음식이다 보니 제가 먹었을 때는 이미 차가운 상태였습니다. 물론 닭강정은 후라이드 치킨과 음식의 성격이 다릅니다. 튀긴 닭에 양념을 입혀 식은 상태에서도 먹기 좋도록 만들어진 음식이고, 시간이 지나도 어느 정도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제 입맛에서는 그 장점이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차가운 닭강정은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양념 맛이 닭에 배어 있는 것은 느껴졌지만, 제가 기대했던 만큼 특별한 맛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다시 일부러 찾아가서 사 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계속 사갈까



먹어보고 나니 오히려 이 질문이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맛만 놓고 보면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맛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석닭강정은 이미 맛의 영역을 넘어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속초 여행의 기념품이라는 성격입니다. 속초에 놀러 왔다가 시장에 들렀고, 유명한 만석닭강정을 한 박스 사서 집으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서울에서도 택배로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속초까지 오지 않아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직접 속초까지 와서 구입합니다. 이것은 닭강정 자체만을 사는 것과는 조금 다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속초에서 시장을 구경하고, 바닷가를 보고, 설악산을 다녀온 뒤 마지막으로 닭강정 한 박스를 챙기는 것입니다. 집에 돌아가서 상자를 열면 속초에서 보낸 하루를 다시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차가운 음식인데도 포장이 가능한 것이 오히려 장점



만석닭강정의 또 다른 특징은 포장해서 가져가기 좋다는 점입니다. 뜨거운 후라이드 치킨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삭함이 떨어지고 눅눅해지기 쉽습니다. 반면 닭강정은 처음부터 양념을 입힌 음식이라 식었다고 해서 음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관광객이 구입해 자동차를 타고 수도권까지 가져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서울에서도 택배 주문이 가능한 이유 역시 이런 음식의 특성과 관계가 있습니다. 즉, 만석닭강정은 ‘현장에서 바로 먹어야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 포장해서 이동하고 나누어 먹기 좋은 음식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석닭강정은 음식이면서 속초의 관광 콘텐츠다



1983년에 시작한 지역 음식점이 수십 년 동안 살아남아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는 것 자체도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에 직접 시장에서 본 모습은 단순한 유명 맛집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주말이면 닭강정 상자를 들고 시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습니다.

누군가는 맛있어서 사고, 누군가는 가족에게 가져다주려고 사고, 또 누군가는 ‘속초에 왔으니 유명한 것을 하나 먹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삽니다. 저처럼 주변 사람들이 모두 사니까 나도 한번 사보자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구매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면서 만석닭강정이라는 이름 자체가 속초 여행의 한 장면이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내 평가는



저는 이번에 직접 먹어보고도 솔직히 말하면 별로였습니다. 특히 차갑게 식은 상태의 닭강정은 제가 평소 좋아하는 치킨의 맛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만석닭강정이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직접 속초중앙시장에 가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오랜 시간 쌓인 브랜드 인지도, 속초중앙시장의 관광시장화, 인터넷을 통한 입소문, 포장과 이동이 편한 음식이라는 특성이 서로 맞물렸습니다.

무엇보다 ‘속초에 가면 만석닭강정을 사 온다’는 경험이 하나의 여행 문화처럼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경험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이렇습니다.
맛으로만 보면 나는 별로였다. 그런데 주말 속초중앙시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닭강정 상자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궁금해진다. 결국 나도 샀다. 사람들이 사니까 나도 샀다. 그리고 이것이 어쩌면 오늘날 만석닭강정의 가장 솔직한 인기 비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속초 만석닭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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