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아픔에서 탄생한 음식 "부대찌개 ", 그리고 내가 27년간 다니는 집

한국전쟁의 아픔에서 탄생한 음식, 부대찌개 


햄과 소시지가 귀하던 시절, 부대찌개가 시작됐다


지금이야 햄이나 소시지는 마트에 가면 흔하게 살 수 있는 식재료지만, 한국전쟁 직후만 해도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전쟁으로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시절, 일반 가정에서 햄과 소시지를 먹는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당시 미군부대 주변에서는 조금 특별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었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 스팸과 같은 육가공품 등이 그것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었으니 이것을 그냥 버릴 리 없었다. 한국 음식 가운데 외국 음식의 영향을 이렇게 독특하게 받아들인 음식이 또 있을까? 
바로 부대찌개다.

사람들은 미군부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햄과 소시지 등을 모아 김치, 고추장, 고춧가루, 파, 두부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재료와 함께 넣고 끓여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음식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부대찌개의 원형이다. 특히 경기도 의정부가 부대찌개의 고장으로 유명해진 것도 미군부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의정부 일대에는 미군부대가 오랫동안 주둔했고, 자연스럽게 부대 주변에 음식점들이 생겨났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멋진 메뉴판에 '부대찌개'라는 이름을 내걸고 만들어진 음식이라기보다는, 어려운 시절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여러 사람이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부대찌개를 생각하면 단순히 '햄이 들어간 얼큰한 찌개'라고만 보기에는 조금 아쉽다. 그 안에는 전쟁 직후 가난했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생활 모습과, 부족한 재료를 가지고도 어떻게든 한 끼를 만들어 먹었던 서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 음식이 된 부대찌개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가난했던 시절의 음식이 이제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외식 메뉴가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귀했던 햄과 소시지가 지금은 너무나 흔한 식재료가 되었고, 김치와 햄, 소시지, 두부, 파, 라면사리까지 한 냄비에 넣고 보글보글 끓이는 부대찌개는 한국인에게 상당히 친숙한 음식이 됐다. 

특히 여러 명이 함께 냄비 하나를 가운데 놓고 끓여 먹는 방식은 부대찌개의 큰 매력이다.
찌개가 끓기 시작하면 햄과 소시지의 냄새가 올라오고, 국물이 어느 정도 끓으면 라면사리를 넣는다. 그리고 각자 앞접시에 국물과 건더기를 덜어 먹는다. 처음에는 분명 찌개 하나였는데, 먹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 라면사리까지 추가하게 된다. 그래서 부대찌개는 혼자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때 더 맛있는 음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자주 찾는 분당 정자동 신가네 부대찌개


이런 부대찌개를 내가 분당에서 먹고 싶을 때 자주 찾는 곳이 있다. 바로 분당 정자동 신가네 부대찌개다.  사실 부대찌개라는 음식 자체가 특별히 화려한 음식은 아니다. 햄과 소시지가 들어가고 김치와 여러 재료를 넣어 끓이는 음식이니, 겉으로 보기에는 어디서 먹든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부대찌개는 집집마다 맛의 차이가 꽤 크다. 국물의 간이 어떤지, 김치의 맛이 어떤지, 햄과 소시지를 얼마나 넣는지, 그리고 전체적인 조합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부대찌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자주 가는 집'이 하나쯤 생기기 마련이다.  나에게는 그곳이 신가네 부대찌개다.

1999년에 시작해 벌써 27년

신가네 부대찌개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1999년에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2026년을 기준으로 하면 거의 27년이다. 27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세월인지 생각해 보면 꽤 놀랍다. 1999년이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한 세대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당시 어린아이였던 사람이 지금은 직장인이 되고, 부모가 되어 있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음식점은 하루 이틀 장사를 잘한다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음식의 맛은 물론이고 가격, 서비스, 위생, 단골손님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가 함께 맞아야 한다. 무엇보다 손님이 다시 찾아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999년부터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집을 설명해주는 하나의 이력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맛집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오래된 음식점을 보면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았을까?' 물론 오래됐다고 해서 무조건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맛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오랜 세월 동안 다시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부대찌개처럼 비교적 많은 음식점에서 취급하는 메뉴라면 더욱 그렇다. 비슷한 음식을 파는 가게가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텐데도 20년이 넘도록 영업을 이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꾸준하게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 역시 정자동에서 부대찌개가 생각날 때 신가네 부대찌개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 먹고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 어느 순간 다시 생각나는 맛. 그것이 오래된 맛집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인지도 모르겠다. 가격은 1인분에 12,000원이다


27년의 세월이 만든 신가네 부대찌개


부대찌개를 먹으면서 신가네 부대찌개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음식의 맛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1999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 지금은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외식문화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시절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부대찌개 한 가지를 중심으로 손님을 맞아왔다는 것. 그리고 나처럼 이곳을 자주 찾는 사람들이 계속 있다는 것.
나는 이것이 오래된 음식점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은 SNS에서 하루아침에 유명해지는 음식점도 많다. 하지만 27년이라는 시간은 SNS 광고만으로 만들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수많은 손님들이 한 끼를 먹고 돌아갔고, 그중 일부가 다시 찾아왔으며, 그렇게 쌓인 시간이 27년이 된 것이다.


오늘도 생각나는 얼큰한 한 냄비


부대찌개는 처음부터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전쟁 이후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미군부대 주변에서 구할 수 있었던 햄과 소시지를 활용해 여러 사람이 함께 먹었던 서민들의 음식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제는 누구나 좋아하는 친숙한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그 오랜 역사를 생각하면서 정자동의 신가네 부대찌개를 먹어보면, 평범해 보이는 한 냄비 안에도 꽤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1999년에 시작해 거의 27년.
음식점이 20년, 3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된 맛집을 볼 때마다 조금은 믿음이 간다. '오랫동안 장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맛을 보장한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이유다. 물론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오랜 세월 손님들의 선택을 받아온 음식점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오늘처럼 갑자기 얼큰한 국물과 햄, 소시지가 듬뿍 들어간 부대찌개가 생각나는 날이라면, 나는 자연스럽게 정자동 신가네 부대찌개를 떠올리게 된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김치와 햄, 소시지를 한 냄비에 넣고 보글보글 끓여 밥 한 공기와 함께 먹는 것. 어쩌면 그 소박함이 부대찌개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신가네 부대찌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신가네 부대찌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신가네 부대찌개 메뉴판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신가네 부대찌개


Post a Comment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