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 동국사

 군산에 이런 일본식 절이 있었다고?


국내 유일 일본식 사찰, 동국사


군산 여행을 하면서 조금 특별한 곳을 찾아보고 싶다면 저는 동국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군산에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일본식 가옥도 있고, 옛 은행 건물도 있고, 당시의 도시 모습을 보여주는 근대 건축물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조금 더 묘한 느낌을 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동국사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군산에 있는 오래된 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 보니 분위기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국의 사찰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어? 여기가 정말 절이 맞나?”
처음 건물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한국의 절인데 왜 이렇게 일본식일까?


동국사는 전북 군산시 금광동 골목 안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단청과 웅장한 일주문을 생각하고 찾아간다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단청이 거의 보이지 않고, 건물의 외관도 상당히 소박합니다.
특히 대웅전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 사찰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처마는 단순하고, 건물 외벽에는 창문이 많이 나 있습니다. 대웅전과 승려들이 생활하던 요사채가 복도로 연결된 구조도 눈에 들어옵니다.
군산시 자료에 따르면 이 건물은 일본 에도시대 사찰 건축 양식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물만 바라보고 있어도 ‘일본식 사찰’이라는 말이 왜 붙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진짜 이야기는 건축물보다 그 역사에 있습니다.


원래 이름은 동국사가 아니었다


동국사의 출발점은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훨씬 넘은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 조동종 승려 우치다가 군산에서 포교를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사찰이 그 출발점입니다.
이후 1913년 지금의 위치에 대웅전과 요사채 등이 들어섰고, 당시에는 금강사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건축 자재도 일본에서 가져와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생각해보면 참 묘한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군산 여행을 하면서 찾아가는 이 절이 한때는 일본인들을 위한 일본 불교 사찰이었다는 것입니다.
군산이라는 도시가 왜 이런 건축물을 갖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일제강점기 당시의 군산으로 시선이 옮겨갑니다.
군산은 항구를 중심으로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했고, 일본인 지주와 상인들이 활동했던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군산의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일본식 가옥과 근대 건축물이 계속 나타납니다.
동국사 역시 바로 그 시대의 흔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광복 이후 '동국사'가 되다


1945년 광복을 맞으면서 금강사의 운명도 달라졌습니다.
이후 사찰은 불교계에 인수되었고, 1950년대에 지금의 동국사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동국'이라는 이름에는 우리나라의 절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세운 사찰이 광복 이후 한국 불교의 사찰로 다시 자리 잡은 것입니다.
그래서 동국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일본식으로 지어진 특이한 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알고 나니 단순한 일본식 건축물이 아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광복 이후 한국의 불교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곳이었습니다.


직접 보면 더 묘한 동국사의 분위기


경내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군산의 유명 관광지라고 해서 사람들이 북적이고 시끌벅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상당히 차분합니다.
오래된 건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공간을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시의 소음도 조금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편안하기만 한 공간은 아닙니다.
건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계속해서 ‘일본식’이라는 느낌이 따라옵니다.
한국의 사찰에서 익숙하게 보던 모습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단청이 거의 없음
처마 장식이 매우 단순함
대웅전 외벽에 창문이 많이 나 있음
대웅전과 승려들의 생활공간인 요사채가 복도로 연결되어 있음
일본 에도시대 사찰 건축 양식의 특징을 볼 수 있음


그래서 저는 오히려 천천히 건물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처마는 어떻게 생겼는지, 창문은 왜 이렇게 많은지, 대웅전과 요사채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하나하나 보게 됩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은 확실히 다릅니다.


동국사에서 꼭 봐야 할 것


동국사를 방문한다면 대웅전 건물만 보고 돌아가기보다는 경내를 조금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동국사에는 참사문비가 있습니다.
이 비석은 일본 조동종 측이 과거 일본 불교가 일본의 아시아 지배와 침략에 가담하거나 협력했던 역사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아 2012년에 세운 것입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내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비석 앞에 서면 동국사가 단순히 오래된 일본식 건축물을 구경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일본식 건축물이라는 과거의 흔적과 그것을 바라보는 오늘날의 시선이 한 공간 안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남은 유일한 일본식 사찰


군산시 역시 동국사를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웅전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일본 에도시대 사찰 건축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근대 건축물입니다.
사실 군산에 일본식 건축물이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식 사찰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게다가 그 건물이 단순히 박물관처럼 보존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한국의 사찰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일본인이 세운 금강사에서 시작해 광복 이후 동국사가 되었고, 지금까지 한국 불교의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군산 여행에서 동국사를 빼놓기 아쉬운 이유


군산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근대역사박물관을 보고, 옛 군산세관을 지나고, 일본식 가옥을 둘러보고,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100년 전 군산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동국사는 그 시간여행의 한가운데에 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식 건축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기해하기보다는 왜 이런 건물이 군산에 만들어졌고, 어떻게 지금까지 남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서 둘러본다면 여행의 느낌이 훨씬 달라집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일본식으로 지어진 특이한 절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건물의 모습을 보고, 그 역사를 알고,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떤 건축물은 아름답기 때문에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기억하게 하기 때문에 남겨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군산 동국사는 바로 그런 장소였습니다. 일본식 건축의 흔적을 볼 수 있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 근현대사의 이야기입니다.

군산 근대역사거리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잠시 시간을 내어 동국사까지 걸어가 보세요.
화려하지도 않고 규모가 압도적인 사찰도 아닙니다.
하지만 대웅전 앞에 잠시 서서 건물을 바라보면 묘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한 채의 건물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느낌.
아마 그것이 제가 동국사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군산, 동국사

군산, 동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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