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의 필수, 고속버스일까 시외버스일까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차이부터 통합의 미래까지


지방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동 수단은 단연 버스입니다. 하지만 예매를 하려고 앱을 켜거나 터미널을 알아보다 보면 문득 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고속버스를 타야 하나, 시외버스를 타야 하나?" 그리고 "성남처럼 규모가 컸던 터미널들은 왜 연이어 문을 닫고 있을까?"라는 의문입니다.

오늘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핵심적인 차이점부터 시작해,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을 비롯한 전국 버스터미널이 도미노처럼 폐업하는 구조적 이유, 그리고 승객 입장에서 왜 이 두 업종의 경계가 무의미해졌는지를 구체적인 데이터와 함께 정리해 봤습니다.


1. 지방 여행의 핵심: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개념 차이



우리가 흔히 '지방 가는 버스'로 뭉뚱그려 부르지만,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운행 목적과 노선 설계부터 엄연히 다른 교통수단입니다.
첫째, 운행 목적과 경로의 차이입니다. 고속버스는 대도시와 대도시 간을 정차 없이 가장 빠르게 잇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운행 거리가 보통 100km 이상이며, 고속도로 진입 후 중간 휴게소 외에는 멈추지 않는 직행이 원칙입니다. 반면 시외버스는 중소도시나 읍, 면 단위 지역까지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보편적 교통 복지 역할을 겸합니다. 따라서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국도나 지방도를 경유하며 중간 정류장에 여러 번 정차합니다.
둘째, 예매 방식과 터미널의 차이입니다. 과거에는 고속버스 전용 앱과 시외버스 전용 앱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고, 터미널 건물마저 독립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티머니 GO'나 '버스타고' 같은 모바일 통합 플랫폼이 보급되면서 사용자 측면의 예약 절차는 크게 단순화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서울이나 광역시급 대도시로 정차 없이 빠르게 이동하고 싶다면 고속버스가, 지방의 중소도시나 특정 관광지, 군 단위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시외버스가 필수적입니다.


2. 성남 터미널의 폐업 후 부활과 전국 버스터미널의 위기


하루 수만 명이 이용하던 대표적인 거점, 경기도 성남종합버스터미널(야탑)은 왜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렸을까요? 성남터미널은 당초 하루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들어섰으나, 코로나19 이전 약 6,000명 수준이던 하루 이용객이 팬데믹을 거치며 1,000~1,500명 선까지 급감했습니다.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한 민간 운영사가 결국 손을 들었던 것입니다.

비단 성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 버스 운송 통계에 따르면 2005년 2억 8,337만 명에 달했던 전국 시외·고속버스 연간 이용객은 최근 1억 1,839만 명 수준으로 20년 만에 약 58.2%나 폭감했습니다. 이에 따라 10년 전 4,500개가 넘었던 전국 버스 노선 수는 3,200여 개로 30% 이상 사라졌고, 최근 7년 동안 전국에서 문을 닫은 민영 버스터미널만 40여 곳이 넘습니다. 전국 160여 개 민영 터미널 역시 잠재적 폐업 위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버스터미널이 이토록 급격히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고속철도(KTX·SRT)의 급격한 확장입니다. 특히 수서역(SRT)이 개통되면서 성남 및 경기 남부권 수요가 대거 철도로 이동했습니다. 장거리 이동에서 도로 정체 변수가 없는 고속철도가 이동 시간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자가용 보유율 증가와 도로망 확충입니다. 전국적인 고속도로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면서 주말이나 휴가철 지방 이동 시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습니다.

셋째,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입니다. 버스의 주요 목적지이자 고객층인 지방 중소도시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승객이 없어 운행할수록 손해를 보는 적자 노선이 늘어났습니다.

넷째, 민간 운영 구조의 한계입니다. 대다수 터미널은 민간 사업자가 상가 임대 수익과 승객 수수료로 운영합니다. 승객 감소가 상가 공실로 이어지고, 이는 시설 부실과 승객 감소라는 악순환을 낳아 높은 부동산 보유세와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듭니다.


3.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



승객의 관점에서 보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굳이 구별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실제 탑승 경험 측면에서 두 버스의 경계는 이미 거의 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차종이나 좌석 등급에서 차이가 났지만, 최근에는 시외버스 노선에도 우등버스나 프리미엄 버스가 대거 투입됩니다. 모바일 예매 시스템 역시 하나로 합쳐져 승객 입장에서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할 때 가장 먼저 뜨는 버스를 선택할 뿐, 이것이 고속버스인지 시외버스인지 구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터미널 형태 역시 바뀌고 있습니다. 거대한 터미널 건물이 문을 닫으면서 지자체들은 임시 정류소나 간이 승하차장 형태로 터미널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대형 빌딩 구조를 벗어나 단순 승하차 기능에 집중하는 '기능형 정류장'으로 변모하면서 고속과 시외의 물리적 구분은 더더욱 의미를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두 업종이 나뉘어 있는 이유는 행정적, 법적 제도 때문입니다. 고속버스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면허를 받는 반면, 시외버스는 각 도지사의 면허를 받습니다. 또한 거리당 요금 책정 방식이 다르고, 각 업종을 대변하는 버스 운송사업 조합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법적 통합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을 뿐입니다.


4. 요약 및 미래 전망



지방 여행 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선택은 '목적지가 대도시 직행인가, 중소도시 경유인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러나 승객에게 전달되는 서비스 수준이나 예매 절차 측면에서 둘의 실질적인 차이는 이미 소멸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이용객이 20년 만에 반토막이 나고 전국 터미널이 연쇄 폐업하는 교통 위기 속에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이원화된 규제는 운송업계와 승객 모두에게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제도 개편을 통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업종 구분을 단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고속과 시외라는 구식 명칭 대신, 하나의통합된 '장거리 지역 간 버스' 체계로 일원화되어 승객들의 이용 편의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버스 이미지(출처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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