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제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렌체, 결국 가죽 가방을 못사고 돌아온 이유

가죽 제품의 본고장 이탈리아 피렌체


피렌체하면 가장 먼저 사고싶은 제품은 가죽


가방을 사지 못하고 돌아온 이유피렌체와 가죽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피렌체에 간다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 중 하나가 가죽가방이었다.

피렌체는 오래전부터 가죽공예로 유명한 도시이고, 실제로 토스카나 지역의 가죽산업은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피렌체 주변에서 가죽을 무두질하고 가공하는 전통은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피렌체와 피사 사이의 산타 크로체 술라르노는 지금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죽산업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이 지역의 가죽산업은 14세기부터 이어져 왔고, 20세기에는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산타 크로체 술라르노에는 가죽을 가공하는 업체들이 밀집해 있으며,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가죽을 생산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지역에 있는 스쿠올라 델 쿠오이오 역시 전통적인 가죽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니 피렌체에 간다면 나도 가죽가방 하나쯤은 사 오고 싶었다. 그런데 실제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가죽가방은 하나도 사지 못했다.



너무 짧은 자유시간으로 원하는 제품을 고르기는 어렵고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시간이었다. 패키지여행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녀야 한다. 피렌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고 가이드의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새 다음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 된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잠깐이라도 주변 가게를 둘러보고 싶지만 단체 일정에서는 마음대로 움직이기가 어렵다.

가죽가방은 특히 시간이 필요한 쇼핑 품목이다. 옷처럼 대충 보고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가방의 크기와 모양, 색상, 가죽의 질감, 손잡이, 내부 수납공간 등을 하나하나 살펴봐야 한다. 가격도 만만하지 않다. 몇십만 원을 지불하고 사는 가방이라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을 때까지 여러 매장을 비교해 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패키지여행의 짧은 자유시간으로는 그런 쇼핑이 쉽지 않았다. 결국 ‘피렌체에서 가죽가방을 사야지’라고 생각하고 갔지만 정작 가방을 고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안내받은 상점에는 디자인이 너무 부족했다




그나마 패키지 일정 중 가죽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안내받은 상점이 있었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곳이라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매장에 들어가 제품을 살펴봤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제품 종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가죽가방을 사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으니 당연히 여러 가지 디자인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진열된 제품을 살펴보니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가방은 단순히 ‘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사고 싶은 물건은 아니었다. 색깔도 중요했고, 크기도 중요했다. 너무 큰 가방은 여행할 때 불편할 것 같았고, 작은 가방은 평소 필요한 물건을 넣기에 부족해 보였다.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피렌체에서 구입하는 가죽가방이라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이라면 굳이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매장을 둘러보면서도 ‘이거다’ 싶은 가방을 찾지 못했다.



가두점에서 파는 제품은 대부분 중국산 제품



그런데 더 신경 쓰였던 부분이 있었다. 제품을 살펴보다 보니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도 눈에 들어왔다. 물론 이것을 피렌체의 가죽제품 전체가 중국산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피렌체와 토스카나에는 지금도 실제 가죽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업체와 장인들이 존재한다. 다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피렌체에 와서 가죽가방을 구입한다면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에서 만든 제품’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제품을 고르다 보니 원산지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피렌체에서 사는 가죽가방’과 ‘피렌체에서 만들어진 가죽가방’은 같은 의미가 아니었다. 이 차이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무조건 사야겠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중국과 이탈리아의 교역



중국산 제품이 이탈리아 시장에서 발견되는 것 자체가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유럽 전체에서 중국은 매우 큰 수입 상대국이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4년 이탈리아의 중국산 상품 수입액은 약 495억7,800만 유로였다. 당시 이탈리아의 역외 수입 가운데 중국이 차지한 비중도 20.6%에 달했다. 이 숫자는 가죽가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자제품과 기계류, 의류, 생활용품 등 모든 상품을 합친 금액이다. 따라서 이 수치를 가지고 ‘이탈리아 가죽제품의 상당수가 중국산이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탈리아가 중국에서 연간 수백억 유로 규모의 상품을 수입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관광지 매장에서 중국산 제품을 만나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품의 이름보다 실제 제조국과 품질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렌체 가죽의 진짜 가치



그렇다고 피렌체의 가죽 전통이 과장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직접 찾아보니 피렌체와 토스카나의 가죽산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었다. 토스카나의 가죽산업 중심지인 산타 크로체 술라르노에서는 1824년 첫 본격적인 무두질 공장이 등장했고, 19세기 중반에는 네 곳의 무두질 작업장이 있었다. 이후 산업이 빠르게 성장해 1900년 무렵에는 30곳을 넘어섰고, 1970년대에는 약 520개의 공장이 운영될 정도로 커졌다. 

피렌체에도 전통적인 가죽공방이 있다. 1950년에 설립된 스쿠올라 델 쿠오이오는 산타 크로체 성당 인근에서 전통적인 가죽공예를 이어가고 있으며, 방문객이 장인의 작업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피렌체에서 진짜 가죽제품을 찾는다면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매장에서 급하게 하나를 고르는 것보다 장인공방이나 전문 매장을 찾아 충분히 비교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쇼핑 방식일 것이다. 문제는 패키지여행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고 싶은 가방과 살 수 있는 가방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분명 가죽가방을 사고 싶었다.
돈도 준비했다. 그런데 사고 싶은 가방이 없었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피렌체 시내의 여러 가죽매장을 돌아봤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가방을 발견하면 가죽의 종류와 제조국, 가격을 확인하고 다른 매장과 비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패키지 일정 때문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시간이 부족했고, 안내받은 매장은 제품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겨우 시간을 내서 살펴본 제품 가운데에는 원산지가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었다. 결국 지갑을 열 이유가 사라졌다.



남은 돈은 결국 공항에서 소진



그렇게 피렌체를 떠날 때까지 가죽가방을 사지 못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피렌체에서 가죽가방 하나를 사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가죽가방을 사려고 준비했던 돈은 그대로 남았다. 그 돈은 결국 귀국길 공항 면세점에서 대부분 사용했다. 돌이켜보면 조금 우스운 일이었다. 가죽으로 유명한 피렌체에 가서 가죽가방은 하나도 사지 않고, 남은 쇼핑 예산을 공항 면세점에서 써버린 것이다.



패키지여행의 쇼핑



이번 일을 겪으면서 패키지여행에서 쇼핑할 때는 ‘유명한 물건이 있는가’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 지역의 특산품이 유명하다는 것과 내가 실제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피렌체는 분명 가죽의 도시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가죽공예의 역사가 있고, 지금도 토스카나에는 세계적인 가죽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여행객이 피렌체에 도착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가죽가방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패키지여행이라면 자유시간이 얼마나 주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가죽가방처럼 직접 보고 비교하면서 구입해야 하는 물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에게 이번 피렌체 여행은 결국 가죽가방을 구입한 여행이 아니라 ‘피렌체에서는 가죽가방을 꼭 사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정작 가죽가방을 사지 못하고 돌아온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됐다. 다음에 피렌체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패키지 일정에 맞춰 서둘러 가방을 고르지는 않을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여러 매장을 직접 비교하면서, 어디에서 만들어진 제품인지까지 확인한 뒤 정말 마음에 드는 가방을 고를 것이다. 그때는 공항 면세점에서 남은 돈을 쓰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
사진출처 :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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