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청풍호 여행 경험담

청풍호가 그렇게 크다는데… 직접 가보니 관광지는 별로 없고 도로는 좁았다


충북 제천의 청풍호에 다녀왔습니다.
가기 전에는 청풍호가 상당히 큰 호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습니다. 높은 곳에서 호수를 바라보면 산과 산 사이로 물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쪽에서 바라본 호수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차를 타고 청풍호 주변을 돌아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수는 정말 큰데 관광지가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게다가 제가 갔던 구간에서는 도로가 상당히 좁고 굽은 곳도 많아서 운전할 때 신경을 많이 써야 했습니다. 사진으로 볼 때와 실제로 차를 몰고 가볼 때의 느낌이 상당히 다른 곳이 청풍호였습니다.

67.5㎢에 달하는 규모

청풍호의 규모부터 알아보면 왜 그렇게 넓게 느껴졌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청풍호는 사실 자연적으로 생긴 호수가 아닙니다. 충주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입니다.
충주댐은 1985년에 완공됐으며, K-water 자료에 따르면 댐의 높이는 97.5m, 길이는 447m, 총저수용량은 27억 5,000만㎥입니다. 유역면적은 무려 6,648㎢에 달합니다.
흔히 청풍호의 면적은 약 67.5㎢로 알려져 있습니다. 67.5㎢라고 하면 숫자만 봐서는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1㎢가 100만㎡이므로 67.5㎢는 6,750만㎡입니다. 축구장 하나를 약 7,000㎡로 계산하면 약 9,600개의 축구장을 합쳐놓은 정도의 면적입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을 약 2.9㎢로 잡으면 여의도 약 23개에 해당하는 면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실제로 가서 호수를 바라봤을 때 "호수가 상당히 크다"라고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구나 청풍호는 바닥이 평평한 곳에 물이 넓게 퍼진 형태가 아닙니다. 남한강을 따라 산과 골짜기가 이어지는 지형에 물이 들어찬 형태이기 때문에 산자락 사이로 물길이 깊숙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쪽 전망대에서 보면 호수가 단순한 타원형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산 사이로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청풍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청풍호 전경


호수와 관광지의 차이

그런데 청풍호에 직접 가보면서 제가 조금 의외라고 느꼈던 것은 이렇게 큰 호수 주변에 관광지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관광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천시에서도 청풍호 주변을 주요 관광권으로 보고 있고, 실제로 청풍호반케이블카, 청풍문화유산단지, 청풍랜드, 유람선, 모노레일 등 여러 관광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천시가 소개하는 2박 3일 청풍권 여행코스에도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청풍호문화유산단지, 청풍호 유람선, 청풍랜드, 금월봉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광지가 있다는 것과 관광지가 한곳에 모여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청풍호가 워낙 넓고 산악지형을 따라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관광지를 하나씩 찾아가는 방식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유명 관광지를 생각하고 가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관광지 하나를 보고 나오면 바로 옆에 또 다른 관광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청풍호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호수가 이렇게 큰데 주변에 볼거리가 왜 이렇게 적지?"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직접 가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좁고 굽은 주변도로

개인적으로는 관광지보다 도로가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청풍호 주변을 자동차로 이동하다 보면 구간에 따라 도로 폭이 상당히 좁게 느껴집니다. 특히 산을 끼고 호수를 따라가는 길에서는 커브가 이어지고 반대편에서 차량이 지나올 때 신경을 쓰게 되는 곳도 있습니다. 호수 주변이라고 하면 흔히 넓게 뚫린 호반도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탁 트인 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리면서 한쪽으로 호수를 바라보는 드라이브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구간도 있습니다. 산악지형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를 넓히려면 산을 깎거나 절개지를 만들고 각종 시설을 추가해야 하는데, 청풍호 주변은 지형 자체가 평탄하지 않습니다. 호수와 산이 붙어 있고, 산자락 사이로 도로가 지나갑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경관은 상당히 좋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편안한 드라이브 코스라고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실제로 운전하면서 "여기는 도로가 상당히 좁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 방문한다면 속도를 내기보다는 천천히 주변을 살피면서 운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풍호가 자동차 여행지로 유명하다고 해서 모든 구간이 넓고 편한 도로라고 생각하고 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거대한 호수의 역설

청풍호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호수는 엄청나게 큰데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제한적입니다. 67.5㎢에 달하는 거대한 수면이 있고 산까지 넓게 펼쳐져 있지만, 그 모든 곳에 사람이 내려서 관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호수의 상당 부분은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여 있고, 물가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곳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광객이 실제로 이용하는 공간은 거대한 호수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입니다. 이 때문에 청풍호의 규모를 직접 체감하려면 오히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청풍호반케이블카입니다. 청풍호반케이블카 물태리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비봉산 쪽으로 올라가면 청풍호의 넓은 수면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비봉산에서는 호수와 산이 함께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청풍호가 정말 크구나"라는 느낌을 받기 좋습니다. 반대로 자동차를 타고 호수 주변을 낮은 곳에서 이동하면 산에 가려 호수가 잘 보이지 않는 구간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청풍호는 크다고 해서 어디에서나 그 크기가 보이는 호수는 아닙니다.

청풍호 유람선의 의미

청풍호를 제대로 구경하는 방법 중 하나가 유람선입니다. 청풍호유람선(주)은 청풍호에서 운항하는 대표적인 관광수단입니다. 현재 관광정보에 따르면 청풍호 유람선은 청풍랜드에서 옥순봉·구담봉 방향으로 약 1시간 20분 걸리는 코스와 청풍랜드에서 도화리 방향으로 약 1시간 걸리는 코스가 있습니다. 성인 요금은 17,000원이었습니다.

이런 유람선이 있다는 것 자체가 청풍호의 규모와 지형적 특징을 보여줍니다. 육로로 호수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는 호수의 전체적인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 위에서 산과 호수를 함께 보는 방법이 있는 것입니다. 특히 청풍호는 산자락이 물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에 배를 타고 들어가면 자동차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 역시 청풍호를 관광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유람선을 타지 않는다면 청풍호 주변을 자동차로 돌아다니며 호수의 전체적인 규모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표 관광지의 집중도

청풍호 주변에 관광지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천시는 청풍호 일대를 관광의 핵심 지역으로 개발해 왔습니다. 청풍문화유산단지도 있고, 청풍랜드도 있으며, 케이블카와 모노레일도 있습니다. 또 청풍호 주변에는 금월봉이나 여러 전망 포인트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관광지들이 하나의 거대한 관광단지 안에 밀집해 있는 형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자가 "청풍호에 가서 5~6곳을 걸어서 구경하겠다"라고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각각의 관광지를 찾아가는 여행에 더 가깝습니다.  사진을 찍고 자연경관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좋은 여행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관광지를 빠르게 돌아보고 체험시설과 먹거리까지 한꺼번에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자연경관과 편의성

제가 청풍호에서 느낀 가장 큰 특징은 자연경관은 좋은데 관광 편의성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을 무조건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개발이 지나치게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산과 호수가 그대로 남아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호수 주변에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고 대형 상업시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이었다면 지금의 청풍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부분도 분명합니다.

넓은 호수를 보러 갔는데 호수 주변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좁은 도로와 굽은 길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관광지와 관광지 사이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하나를 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국 청풍호는 관광시설을 많이 소비하는 여행지라기보다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여행하는 곳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직접 가보니 달랐던 청풍호

"청풍호 주변에 관광지가 아주 많으니 하루 종일 돌아다녀 보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청풍호의 거대한 규모와 산악 호수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가볼 만한 곳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높은 곳에서 호수를 내려다보거나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시간이 된다면 유람선을 타보는 식으로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 좋겠습니다.

반면 자동차를 타고 호수 주변을 무작정 한 바퀴 돌면서 여러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생각한다면 기대와 실제가 다를 수 있습니다. 도로가 넓고 평탄한 관광도로만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관광지가 계속 붙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청풍호는 "엄청나게 큰 호수"라는 말은 맞지만, "엄청나게 많은 관광지가 모여 있는 곳"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직접 가보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도 바로 그 차이였습니다.

67.5㎢라는 거대한 호수.
27억 5,000만㎥에 달하는 엄청난 저수량.
97.5m 높이의 충주댐.

저에게 청풍호는 바로 그런 여행지였습니다.
호수는 정말 컸습니다.
그런데 그 큰 호수를 둘러싼 여행은 생각보다 단순했고, 도로는 생각보다 좁았습니다.
그래서 청풍호에 다시 간다면 관광지를 많이 찾아다니기보다는 전망 좋은 곳에서 호수를 제대로 바라보고, 운전은 서두르지 않는 여행을 할 것 같습니다.


저녁무렵의 청풍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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