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빵집의 성지라 불리는 '뚜쥬루(Toujours)'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과 함께 대한민국 3대 로컬 베이커리로 꼽히는 뚜쥬루의 명성과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테마파크를 방불케 하는 빵마을의 모습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대한민국 로컬 빵집의 3대 산맥: 성심당, 이성당, 그리고 뚜쥬루
한국 베이커리 시장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매서운 공세 속에서도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와 확고한 지역 기반을 유지하는 명물 빵집들이 있습니다. 흔히 '전국 3대 로컬 빵집'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브랜드가 바로 성심당, 이성당, 뚜쥬루입니다.
- 1위 대전 성심당: '튀김소보로'와 '판타롱부추빵'이라는 메가 히트 상품을 앞세워 대전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아이콘이자 전국 매출 1위의 독보적인 대형 로컬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 3위 군산 이성당: 1945년 문을 연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기 위해 사계절 내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역사와 전통의 성지입니다.
- 천안 뚜쥬루: 이 거대 브랜드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로컬 강자입니다. 성심당이 대전을 대표한다면, 충청권 베이커리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천안의 뚜쥬루입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흉내 낼 수 없는 '느림의 미학'과 '자연주의 재료'라는 철학을 무기로 연간 수백만 명의 '빵지순례객'을 천안으로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2. 뚜레쥬르(Tous Les Jours)와의 운명적인 상호 분쟁 비하인드
많은 소비자가 '뚜쥬루'와 CJ푸드빌의 대형 프랜차이즈 '뚜레쥬르'를 혼동하거나, 뚜쥬루가 뚜레쥬르의 이름을 모방한 것이 아니냐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역사적 전말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 시작 (1992년): 뚜쥬루는 1992년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서 '뚜쥬루 과자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고 상표 등록을 마쳤습니다. 프랑스어로 '언제나(Toujours)'라는 뜻을 담은 고급 수제 베이커리였습니다. 당시 서울에서도 맛있는 빵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했습니다.
- 대기업의 접근과 반발 (1990년대 중반): 제과·제빵 사업 진출을 노리던 대기업 CJ그룹이 잘나가던 뚜쥬루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인수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뚜쥬루 측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빵 제작 철학과 장인 정신을 지키기 위해 이 대기업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 뚜레쥬르의 등장과 법적 공방: 인수가 무산되자 CJ 측은 1997년 발음과 스펠링이 매우 유사한 '뚜레쥬르(Tous Les Jours, 매일)'라는 브랜드를 전격 출범시켰습니다. 이에 뚜쥬루는 명백한 상표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심에서 뚜쥬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 극적인 합의 (2007년): 장기적인 법정 공방 끝에 양측은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합의 내용의 핵심은 **"CJ 뚜레쥬르는 뚜쥬루의 새로운 터전인 천안 및 아산 지역에 일정 기간(15년) 동안 신규 점포를 낼 수 없으며, 상표 사용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비하인드 스토리 덕분에 천안 지역은 오랫동안 '대기업 뚜레쥬르가 함부로 확장하지 못했던 유일한 성역'으로 불리며 로컬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3. 파리바게뜨의 공세에 맞선 'Slow 빵' 철학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를 필두로 한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전국의 골목 상권을 무서운 속도로 점령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했던 뚜쥬루 역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막강한 자본력과 확장세에 큰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이때 뚜쥬루는 대량생산과 공장제 냉동 반죽 중심의 프랜차이즈 모델과 정면으로 가격 경쟁을 하는 대신, 완전히 반대되는 **"더 천천히, 더 건강하게"**라는 고집스러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복잡한 서울 매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충남 천안으로 터전을 완전히 옮겨 '지역 밀착형 명품 로컬 베이커리'로 체질을 개선한 것입니다.
- 3無 원칙: 화학 색소, 인공 향료, 방부제(보존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습니다.
- 당일 생산·당일 판매: 그날 만든 빵은 오직 당일에만 판매하며, 마감 시간 후 남은 빵은 다음 날 절대 재판매하지 않고 푸드뱅크 등에 기부하거나 할인 처분합니다.
- 지역 농산물 상생: 천안 지역 농가와 상생 협약을 맺고 무농약 우리밀, 천안 팥, 천안 쌀, 성환 배, 천안 딸기 등을 대량으로 직접 구매하여 사용합니다.
이처럼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대기업 브랜드들이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맛을 빠르게 찍어내는 효율성을 추구할 때, 뚜쥬루는 오직 천안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희소성과 아날로그식 정성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로컬 빵집이 대기업을 이기는 완벽한 성공 방정식이 되었습니다.
4. 대표 시그니처 메뉴: 거북이빵과 돌가마 만주
뚜쥬루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지점 불문하고 트레이에 가장 먼저 담는 두 가지 핵심 시그니처 메뉴가 있습니다.
- 거북이빵: 천연 효모를 사용하여 14시간 이상 거북이처럼 천천히 발효시켜 만든 빵입니다. 외관은 일반적인 로티보이 번과 비슷해 보이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차원이 다른 부드러움을 자랑합니다. 겉은 은은한 모카 향이 나는 바삭한 피로 덮여 있고, 속은 쫄깃하면서도 촉촉한 버터 풍미가 가득합니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뚜쥬루의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메뉴입니다.
- 돌가마 만주: 스페인에서 장인을 초빙해 직접 제작한 천연 돌가마에서 300도 이상의 높은 온도로 구워내는 만주입니다. 돌가마 특유의 원적외선 효과로 겉은 겹겹이 얇고 바삭한 페이스트리 식감이 살아있으며, 속은 천안산 팥을 가마솥에 직접 끓여내어 달지 않고 고소한 팥앙금과 견과류가 꽉 차 있습니다. 명절이나 기념일 선물용으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합니다.
5. 거대한 빵의 테마파크: '뚜쥬루 빵돌가마마을'
천안시 동남구 구룡동에 위치한 '뚜쥬루 빵돌가마마을'은 단순히 빵을 진열해 놓고 파는 일반적인 가게의 개념을 넘어섰습니다. 수천 평 규모의 대지 위에 동화 속 요정 마을처럼 아기자기한 건물이 모여 있는 '베이커리 테마파크'입니다. 마을 형태로 꾸며진 내부에는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단독 건물들이 흩어져 있어 산책하며 투어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 빵 전문관: 돌가마에서 갓 구워낸 수십 가지 종류의 수제 빵과 시그니처 메뉴들을 한눈에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메인 센터 공간입니다.
- 빵마을 카페: 드넓게 펼쳐진 푸른 잔디밭을 조망하며, 뚜쥬루의 디저트와 깊은 풍미의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형 휴식 공간입니다.
- 진짜 팥 끓이는 집: 매일 아침 천안 농민들이 재배한 팥을 대형 가마솥에 직접 끓여내는 장인의 과정을 유리창 너머로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특화 건물입니다.
- 쌀케익 매장 (자가제분): 천안 쌀을 매일 매장에서 직접 제분하여 밀가루 없이 만드는 건강한 바움쿠헨과 생딸기가 듬뿍 들어간 케이크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간입니다.
- 진로탐색관 및 체험관: 어린이들이 밀가루 반죽을 직접 만져보고 빵이 만들어지는 과학적 원리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및 가족 친화적 공간입니다.
이처럼 뚜쥬루 빵돌가마마을은 황토와 돌 기와로 지어진 독특한 건축미와 은은하게 풍기는 고소한 빵 냄새가 어우러져, 단순한 식품 매장을 넘어 천안을 방문하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거대한 문화 관광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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