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덕진공원, 연꽃보다 눈에 들어온 한옥도서관의 아름다움에 반하다

전주에 가면 보통 한옥마을부터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전주는 한옥마을이고, 비빔밥이고, 경기전이고….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곳을 가봤다. 전주 덕진공원이다. 사실 덕진공원은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직접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8월 초. 정말 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였다. 그런데 의외로 공원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연꽃을 보러 온 사람도 있고 가족끼리 산책하는 사람도 있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연꽃보다도 호수 가운데 있는 한옥 건물이었다.
바로 연화정도서관이다.



호수 한가운데 한옥 도서관이라니



처음 봤을 때 조금 의외였다.
‘도서관이 왜 저기에 있지?’
호수 한가운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물과 가까운 곳에 한옥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름도 연화정도서관.
연꽃이 피어 있는 호수에 한옥으로 지은 도서관이라니…. 전주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가서 안을 보니 더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이상하게 옛날 생각이 났다.
조선시대 서당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옛날 서당에는 노트북도 없었을 것이고 책상도 지금과 달랐겠지만, 한옥 안에서 사람들이 조용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 자체가 묘하게 옛날 풍경처럼 느껴졌다.
‘요즘에도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구나.’
도서관이라는 현대적인 공간인데 건물은 전통 한옥이다.
이 조합이 상당히 잘 어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하는 사람들 뒤로 호수와 연꽃이 보인다.
이 정도면 공부가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잘 될 것 같기도 하다.


전주 사람들은 한옥에 정말 진심인 것 같다


전주에 와서 여러 번 느끼는 것이지만 전주는 한옥에 상당히 진심이다.
그냥 옛날 한옥을 보존하는 수준이 아니다.
새로 만든 건물에도 한옥의 모습을 집어넣는다.
연화정도서관도 그렇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보통 현대식 건물을 떠올리는데 이곳은 아예 한옥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이곳에는 한옥이 더 잘 어울린다.
호수와 연꽃, 그리고 한옥.
이 세 가지가 같이 있으니 ‘연화정’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연꽃의 정자다.


그런데 다리를 보니 갑자기 베네치아가 생각났다


연화정도서관으로 들어가는 앞쪽에는 아치형 다리가 하나 있다.
그 다리를 보면서 뜬금없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가 생각났다.
물론 비교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역사도 다르고 건축물 자체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 물 위에 놓인 아치형 다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리알토 다리가 떠올랐다.
‘전주에서 베네치아 생각을 하네.’
혼자 피식 웃었다.
여행이라는 게 원래 이런 것 같다.
어떤 장소를 보면 전혀 다른 곳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덕진공원이 이탈리아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한국적인 풍경인데 잠깐 외국의 어느 도시가 떠오르는 것
그게 재미있었다.


연꽃이 피고 나니 이름값을 한다


덕진공원의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연꽃이다.
넓은 덕진호에 연꽃이 가득 피어 있다.
8월 초라 그런지 연꽃을 보기에는 꽤 좋은 시기였다.
호수 여기저기에 연꽃이 올라와 있고 그 사이로 연화정도서관이 보인다.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연화정’이라는 이름이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꽃이 있는 호수에 연꽃의 정자.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자연스럽게 몇 장 찍었다.
그런데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조금 다르다.
실제로는 호수가 생각보다 넓고 주변에 나무도 많아서 사진 한 장에 풍경을 다 담기가 쉽지 않다.
그냥 천천히 걸으면서 보는 게 더 좋았다.


덕진공원은 밤에 다시 와야 한다


내가 덕진공원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밤이다.
덕진공원은 낮에도 좋지만 밤 풍경이 꽤 괜찮다.
연화정도서관에 불이 들어오고 주변이 어두워지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낮에는 연꽃과 한옥을 보는 느낌이라면 밤에는 조명이 더해지면서 조금 낭만적인 분위기가 난다.
그래서 덕진공원을 처음 간다면 한낮에 갔다가 더워서 바로 돌아오지 말고, 가능하면 늦은 오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연꽃도 보고 공원도 한 바퀴 둘러보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야경까지 보고 오는 것이다.
8월에는 특히 낮에 너무 덥기 때문에 오히려 이 방법이 낫다.


한낮의 8월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방문한 날은 정말 무더웠다.
그런데도 공원에 사람이 꽤 있었다.
덕진공원이 전주 시민들에게는 그냥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찾는 공원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도 있었고 연꽃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도서관 안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관광객만 있는 곳이었다면 이런 느낌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으니 공간이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관광지와 생활공간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그게 덕진공원의 장점인 것 같다.


덕진공원과 함께 전주 여행에서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

전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덕진공원은 한옥마을과 묶어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한옥마을에서 전주의 전통적인 모습을 보고, 덕진공원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주를 보는 것이다.  특히 여름에는 연꽃이 피기 때문에 계절적인 매력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화정도서관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한다.
밖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돌아가기보다는 안에 한번 들어가 보길 권한다.
한옥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이 공간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전주가 한옥을 어떻게 현재의 공간으로 가져오는지도 볼 수 있다.


덕진공원 가는 법

덕진공원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390 일대에 있다.
전주 시내에서 접근하기 어렵지 않으며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내비게이션에 ‘덕진공원’을 검색하면 된다.
다만 여름철에는 한낮에 오래 걷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정말 덥다. 사진을 좋아한다면 해가 완전히 지기 전부터 자리를 잡는 것도 괜찮다.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제일 예쁘기 때문이다.
전주 덕진공원을 다녀오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전주는 참 한옥을 좋아하는 도시다.
그런데 그냥 한옥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옥 안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게 하고, 호수에 연꽃을 피우고, 그 앞에 다리를 놓고, 밤에는 조명을 밝힌다.
옛것을 그대로 박제해 놓은 것이 아니라 지금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게 좋았다. 
전주에 가신다면 한옥마을만 보고 돌아오지 마시길.
낮의 덕진공원은 연꽃을 보여주지만, 밤의 덕진공원은 전주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 얼굴이 더 마음에 들었다.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 입구
덕진공원


덕진공원

덕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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