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탐방기, 유달산ㆍ삼학도ㆍ목포의눈물

 1. 거친 바위산에 서린 서슬 푸른 기운, 유달산



​유달산의 억척스러운 바위산 줄기와 영산강이 해남 목포 앞바다와 교차하는 곳, 목포는 항구의 바람보다 더 깊은 서사를 품은 도시다. 한반도 남서쪽 끝자락, 바다로 트인 문을 지키듯 서 있는 이 항구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다.

​목포 여행의 시작은 단연 유달산이다. 해발 228미터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평야 지대에 홀로 우뚝 솟은 그 자태는 멀리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산 전체가 온통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예로부터 ‘영달산(靈達山)’, 즉 영혼이 거쳐 가는 신령스러운 산이라 불렸다. 입구에 들어서면 사방으로 퍼지는 유달산의 강렬한 정기가 가슴을 가득 채운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이순신 장군이 짚풀로 바위를 덮어 군량미처럼 보이게 하여 왜군을 물리쳤다는 ‘노적봉’이 위풍당당하게 나그네를 맞이한다.

​발걸음을 조금 더 옮기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탁 트인 목포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관운각과 일등바위에 다다른다. 암봉 정상에 서서 바람을 맞으면, 거친 바위를 뚫고 나오는 유달산의 서슬 푸른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전율처럼 솟구쳐 오른다.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보이는 다도해의 섬들이 마치 묵화 속 한 장면처럼 푸른 물결 위에 점점이 새겨져 있다. 이 기암괴석의 산이 항구를 굳건히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은, 어떤 풍파 속에서도 삶을 일궈낸 목포 사람들의 기개와 닮아 있다.


​2. 바위 사이로 흐르는 애달픈 역사, 목포의 눈물 비석



​유달산 중턱을 내리서다 보면 어디선가 애달픈 가락이 귓가를 감돈다. 바로 가수 이난영 선생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노래 <목포의 눈물> 비석 앞에 다다랐을 때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서민들의 설움과 한을 달래주던 이 노래는 단순한 대중가요를 넘어 목포라는 도시의 영혼이자 정체성이다. 비석에 각해진 노랫말을 가만히 읽어내려가노라면, 항구의 이별과 기다림, 그리고 빼앗긴 들녘에서 눈물짓던 우리 선조들의 아픔이 찌르르하게 전해진다.

"사공의 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비석 앞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먹먹한 멜로디는 유달산 바위 사이를 타고 바다로 퍼져 나간다. 그 눈물은 단지 슬픔에 머무는 눈물이 아니다. 시련과 고통을 견뎌내고 삶을 지속하게 만든 강인한 희망의 눈물이다. 유달산의 정기가 목포의 외형적인 뼈대라면, <목포의 눈물>은 그 뼈대 속을 흐르는 뜨거운 피요, 감성이다.


​3. 세 처녀의 전설과 푸른 물결, 삼학도



​유달산에서 내려와 시선을 바다 쪽으로 돌리면 삼학도가 눈에 들어온다. 삼학도는 목포 사람들에게 단순한 섬이 아닌 전설과 그리움의 결정체다. 유달산에서 무예를 닦던 젊은 장수를 사모하던 세 처녀가 있었는데, 장수가 무예에 정진하기 위해 그녀들을 멀리하려 하자 세 처녀는 기다림 끝에 그리움에 지쳐 바다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세 마리의 학이 날아올랐고, 학이 떨어진 자리에 세 개의 섬이 생겨났으니 그것이 바로 삼학도(三學島)라는 이야기다.
​과거 산업화 시절, 매립 공사로 인해 육지화되면서 섬으로서의 옛 모습과 유달산과의 거리가 모호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보존과 복원 사업을 통해 어엿한 친수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갯내음 물씬 풍기는 수로를 따라 걸으면, 수면 위로 반사되는 햇살이 마치 세 마리 학의 깃털처럼 반짝인다. 밤이 되면 삼학도 수변 공원의 조명이 은은하게 불을 밝히고, 바다 건너 유달산의 실루엣과 목포대교의 야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밤풍경을 연출한다.


​4.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항구 도시의 여운



​목포는 과거와 현재, 슬픔과 낭만이 이상적인 비율로 교차하는 도시다. 근대역사문화거리를 걸으며 일제강점기의 적산가옥과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바라볼 때는 서글픈 역사의 무게가 느껴지지만, 수산시장의 활기찬 상인들의 목소리와 밤바다의 포장마차 거리에 서면 당당하고 생명력 넘치는 현재의 목포를 만나게 된다.

​유달산의 당당한 정기를 가슴에 품고, <목포의 눈물> 비석 앞에서 지난 세월의 애환을 되새기며, 삼학도의 전설이 물결치는 바닷길을 걷는 일. 이 모든 과정은 단순한 풍경 구경을 넘어, 가슴 깊은 곳에 잊고 있던 삶의 뜨거운 열정과 아련한 감수성을 깨우는 여정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서는 길, 목포 항구를 뒤로하고 멀어지는 발걸음 속에서도 유달산의 우직한 바위와 삼학도 수로에 비치던 달빛, 그리고 나지막이 귓가를 맴돌던 옛 노래의 멜로디는 오래도록 가슴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짠 내 나는 바람에 묻어나는 목포의 진솔한 이야기는 나그네의 마음에 묵직한 위로와 여운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유달산 삼학도

목포의 눈물

유달산 정기

목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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