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관광정책 1편
피렌체는 왜 대형 관광버스를 도심에 들이지 않을까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조금 의외였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라면 관광객을 최대한 편하게 관광지 앞까지 실어 나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피렌체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형 관광버스가 피렌체의 역사도심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관광객을 한꺼번에 내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관광버스의 진입과 정차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관광객들이 걸어서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관광객에게 너무 불편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피렌체의 골목을 직접 걸어보면 왜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관광지다
피렌체는 다른 일반적인 관광도시와는 조금 다릅니다.
두오모 성당, 조토의 종탑, 산 조반니 세례당, 우피치 미술관, 베키오 궁전, 베키오 다리 등 세계적인 관광지가 역사도심 안에 촘촘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이 단순히 관광시설만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래된 건물 사이로 좁은 골목이 이어지고, 그 골목에는 호텔과 식당, 상점뿐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하는 주거공간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 40명, 50명, 때로는 그 이상의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가 계속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버스가 지나가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이고, 좁은 도로에서 버스가 방향을 바꾸거나 정차하면 교통 흐름이 막힐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내리면 좁은 거리와 광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소음과 혼잡도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그래서 피렌체는 오래전부터 관광버스의 도심 접근을 관리해왔습니다.
피렌체의 ‘ZTL BUS’라는 장치
피렌체에는 관광버스를 위한 별도의 교통관리 체계가 있습니다. 이른바 ZTL BUS입니다.
ZTL은 ‘Zona a Traffico Limitato’, 즉 교통제한구역을 뜻합니다.
피렌체의 관광버스는 일반 승용차와 똑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규칙에 따라 운행하고, 허가와 지정된 정차·주차 공간을 이용해야 합니다.
특히 역사도심은 일반적인 자동차 중심의 공간이 아니라 관광객과 주민이 보행 중심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피렌체시가 UNESCO 세계유산 지역에서 관광교통을 관리하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했고, 2026년 6월에는 토스카나 행정법원(TAR)이 관련 규정에 대한 업계의 소송을 기각하면서 피렌체시의 지속가능한 관광 흐름 관리 취지를 인정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교통정책이 아닙니다. 피렌체라는 도시를 관광객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관광버스를 멀리 세우면 관광객은 어떻게 움직일까?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버스에서 내려 다시 트램이나 도보 등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한 번에 목적지까지 이동하지 못하니 처음에는 불편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광객이 피렌체를 더 많이 걸어 다니게 됩니다.
버스 창밖으로 두오모를 보고 지나가는 관광이 아니라, 실제로 골목을 걸으며 피렌체의 건축물과 광장, 상점과 카페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관광객이 대형버스에서 내려 특정 관광지만 보고 다시 버스를 타는 방식이라면 관광객의 동선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반대로 도심에서 걷게 되면 카페에 들어갈 수도 있고, 작은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골목의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관광객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소비와 이동을 도시 전체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관광객보다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도시
피렌체 관광정책에서 제가 특히 관심 있게 본 부분은 ‘주민의 일상’입니다.
관광도시는 관광객에게만 편리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곳에는 관광객이 떠난 뒤에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도 있고, 장을 보는 사람도 있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지면서 주민들의 이동권과 생활환경이 악화된다면 결국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관광지는 화려해질지 모르지만 도시의 생명력은 떨어집니다.
피렌체가 관광교통을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피렌체시는 2025년 규정에서 UNESCO 역사도심 내 관광교통을 제한하고, 허가된 셔틀과 경로 등을 통해 관광교통을 관리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2026년 법원 판단에서도 이러한 정책의 목적을 ‘지속가능한 관광객 흐름 관리’와 연결했습니다.
‘관광객을 많이 받는 도시’에서 ‘관광객과 함께 사는 도시’로
피렌체에서 느낀 것은 관광정책의 방향이 우리나라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관광버스를 관광지 앞까지 들여보내는 것이 반드시 좋은 관광정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형버스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고, 관광객이 조금 더 걷도록 만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시를 지키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관광객 입장에서는 불편합니다.
짐이 있다면 더 불편하고, 단체여행이라면 이동시간도 길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불편함 덕분에 피렌체의 좁은 골목과 오래된 건축물, 광장이 조금 더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피렌체 관광정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움직임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관광객은 피렌체에 오게 합니다.
하지만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대형버스까지 도시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유롭게 들어오도록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관광객에게는 조금 불편한 정책일 수 있지만, 도시에는 오히려 필요한 정책일 수 있습니다.
피렌체를 여행하고 나면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왔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그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도 피렌체라는 도시가 여전히 피렌체로 남아 있을 수 있는가?
피렌체는 대형 관광버스의 도심 접근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그 질문에 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였던 베네치아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흥미로운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가 거의 없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아예 관광객이 이동하는 ‘그룹의 크기’ 자체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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