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이 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모일까?
전통시장부터 패션, 디자인, 야시장까지 한곳에서 만나는 서울의 독특한 관광지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을 생각하면 명동이나 홍대, 경복궁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요즘 서울 여행을 하다 보면 의외로 외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입니다.
저도 직접 이곳을 걸어보면서 ‘외국인들이 왜 이렇게 많이 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단순히 공원 하나를 구경하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역사와 건축, 패션, 쇼핑, 전통시장, 음식, 야경까지 서로 전혀 다른 것들이 한 지역 안에 묘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인 여행자라면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깝습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시장이나 상업지역과는 또 다른, 한국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서울 중구 을지로 281에 있습니다. 이름만 보면 오래된 역사공원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과거와 현재가 함께 존재하는 상당히 독특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원래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자리였습니다. 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유적과 유물이 발견됐는데, 1,000점이 넘는 조선시대 유물이 출토되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서울 성곽을 방어하기 위한 시설이 있었던 장소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보는 미래적인 건축물 옆에 조선시대 유적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이런 조합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조선시대의 흔적을 볼 수 있고, 고개를 돌리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 건축물이 나타납니다.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입니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진 찍는 곳,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4년 3월 21일 문을 연 DDP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축물로 유명합니다. 직선과 직각보다는 부드러운 곡선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처음 보면 상당히 낯설고 신기합니다.
저도 실제로 건물 주변을 걸어보니 사진으로 보는 것과 느낌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건물이 너무 커서 한 번에 전체 모습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관광객들이 계속 사진을 찍습니다.
특히 밤이 되면 조명이 더해지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DDP에서는 전시와 패션쇼, 각종 문화행사와 디자인 관련 이벤트도 열립니다. 계절에 따라 건물 외벽을 활용한 미디어 행사 등이 열리기도 해서 단순한 건축물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재미있는 것은 DDP 밖이다
제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돌아보면서 느낀 가장 큰 매력은 DDP 하나만 보고 끝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주변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뀝니다.
현대적인 DDP에서 나와 동대문 쪽으로 걸어가면 전통시장과 의류 상가가 나타납니다. 평화시장을 비롯해 동대문종합시장과 수많은 패션 상가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동대문 지역은 오래전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의류·패션 상권이었습니다. 중구청 자료에 따르면 대형 상가 약 30곳과 수만 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상권입니다. 전통시장과 최신 패션몰이 한 지역에 공존한다는 것이 동대문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일본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이런 모습이 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대형 쇼핑몰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좁은 골목과 시장, 대형 패션몰이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쇼핑을 좋아한다면 하루가 부족하다
동대문에는 패션몰도 많습니다.
두타, 밀리오레, 현대시티아울렛을 비롯해 다양한 의류·잡화 매장이 모여 있습니다. 낮에는 쇼핑객이 움직이고 밤이 되면 또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특히 동대문의 밤은 서울의 다른 관광지와 상당히 다릅니다.
해가 지면 주변 상권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오갑니다. 과거부터 동대문이 ‘잠들지 않는 쇼핑 지역’으로 불렸던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서울 공식 관광 안내에서도 동대문은 국제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는 지역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짧게 둘러보기보다는 하루 정도 시간을 잡고 여러 장소를 연결해서 돌아보는 것이 좋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먹거리를 찾는다면 광장시장까지
동대문 여행에서 제가 추천하고 싶은 또 하나의 코스는 광장시장입니다.
동대문에서 조금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광장시장은 빈대떡, 마약김밥, 육회 등 한국의 다양한 시장 음식을 경험하기 좋은 곳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이 음식점이 늘어선 모습과 사람들의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저라면 동대문에서 쇼핑을 하고 광장시장으로 이동해 시장 음식을 먹은 뒤 다시 청계천 쪽으로 걸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움직이면 서울의 현대적인 모습과 오래된 시장 풍경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동대문에서 꼭 봐야 할 또 하나, 흥인지문
그리고 동대문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동대문종합시장 주변에서 흥인지문 방향으로 걸어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흔히 ‘동대문’이라고 부르는 흥인지문은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동쪽 문입니다.
현대적인 DDP와 거대한 패션 상권만 보다가 조선시대 성문을 만나면 이 지역의 분위기가 또 달라집니다.
이것이 동대문의 재미입니다.
조선시대 → 근현대 시장 → 한국 패션산업 → 세계적인 현대건축물이라는 서로 다른 시대가 몇백 미터 안에서 이어집니다.
호텔이 많은 것도 외국인에게는 큰 장점
동대문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또 하나의 이유는 숙박하기 편하다는 것입니다.
주변에는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호텔이 있고, 조금 범위를 넓히면 서울신라호텔 같은 고급 호텔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지하철 2호선, 4호선, 5호선이 지나가는 곳이라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합니다. 실제로 이 지역은 교통의 중심지라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이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호텔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관광지를 이동하고, 저녁에는 다시 동대문으로 돌아와 쇼핑과 식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가보고 느낀 동대문의 매력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처음 방문하면 ‘공원을 보러 왔는데 주변에 볼 것이 왜 이렇게 많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이곳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DDP에서 사진을 찍고, 조선시대 유적을 살펴보고, 동대문 방향으로 걸어가 시장을 구경하고, 평화시장에서 한국의 오래된 상업문화를 느껴보고, 패션몰에서 쇼핑을 합니다.
배가 고프면 광장시장으로 이동해 한국 음식을 먹고, 저녁에는 다시 DDP의 야경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DDP 방문객 10명 가운데 7명이 인근 동대문 상권을 함께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2024년 인근 상권의 외국인 카드 매출은 2022년과 비교해 6.5배 증가했습니다. 동대문이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 소비와 관광이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본인이나 서양인 친구가 ‘서울에서 어디를 가면 좋으냐’고 묻는다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경복궁처럼 한국의 전통문화만 보는 것도 아니고, 명동처럼 쇼핑만 하는 곳도 아닙니다.
역사도 있고, 건축도 있고, 시장도 있고, 패션도 있고, 음식도 있고, 밤의 서울도 있는 곳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전통에서 현대적인 도시로 변해왔는지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이만한 장소도 드뭅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공원 하나를 보고 오는 관광지’가 아니라 동대문 전체를 걸어 다니면서 서울의 여러 얼굴을 발견하는 여행지라고 생각하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다음 서울 여행에서는 DDP 앞에서 사진 한 장만 찍고 돌아가지 마시고,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동대문 골목까지 천천히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아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서울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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