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파인애플 피자를 싫어할까?
나폴리에서 벌어진 파인애플 피자 전쟁
이탈리아 여행을 하다 보면 음식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쯤 듣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외국인들이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파인애플 피자’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이상하지 않습니다. 피자 위에 햄이나 베이컨을 올리고 그 위에 달콤한 파인애플을 얹은 하와이안 피자. 달콤하고 짭짤해서 좋아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이탈리아 사람에게 꺼내면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집니다.
“파인애플 피자요?”
마치 김치찌개에 초콜릿을 넣겠다는 말을 들은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피자의 본고장인 나폴리에서는 더욱 민감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단순히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인애플을 싫어한다’고 설명할 수 없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파인애플이 싫은 것이 아니라 ‘피자에 왜?’
먼저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인애플이라는 과일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탈리아 음식에도 단맛과 짠맛을 조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화과와 프로슈토를 함께 먹기도 하고, 배와 치즈를 조합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단맛과 짠맛의 조합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피자’입니다.
피자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단순한 패스트푸드가 아닙니다. 특히 나폴리에서는 피자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장인정신이 연결된 음식입니다. 전통적인 피자는 토마토의 산미, 모차렐라의 고소함, 올리브유의 풍미, 바질이나 오레가노의 향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열대과일인 파인애플이 올라갑니다.
달콤하고 과즙이 많은 파인애플이 들어오면서 기존의 맛의 균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탈리아 사람의 입장에서는 ‘맛있느냐 없느냐’ 이전에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피자에 파인애플을 올린 거지?”
그런데 하와이안 피자는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와이안 피자’라고 부르는 음식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름 때문에 하와이에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1960년대 캐나다에서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이탈리아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만든 전통 음식에 외국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조합이 들어온 셈입니다.
더구나 이름부터 ‘하와이안’입니다. 나폴리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피자 문화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음식인 것이죠. 그래서 일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파인애플 피자는 단순한 새로운 메뉴가 아니라 ‘피자에 대한 외국의 해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3년 나폴리에서 일이 터졌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어집니다. 2023년 말, 나폴리의 유명 피자이올로인 지노 소르빌로(Gino Sorbillo)가 자신의 피자집에서 파인애플 피자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장소가 중요합니다. 나폴리입니다. 피자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바로 그곳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통 음식의 본고장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음식을 내놓은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소르빌로는 사람들이 화낼 것을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직접 영상을 통해 파인애플 피자를 소개했고, 자신이 만든 피자를 먹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끝났다면 별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SNS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댓글이 폭발했습니다.
“그건 피자가 아니다.”
“나폴리의 전통을 망치고 있다.”
“파인애플은 피자에 들어갈 재료가 아니다.”
그야말로 ‘파인애플 피자 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소르빌로의 반박이 더 재미있었다
소르빌로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당히 재미있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파인애플 피자를 싫어하는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파인애플 피자를 먹어본 사람은 얼마나 되느냐는 것입니다. 먹어보고 맛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파인애플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파인애플 피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와이안 피자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파인애플을 그냥 통조림에서 꺼내 피자 위에 얹은 것이 아니라 오븐에서 구워 수분을 날리고 풍미를 끌어낸 뒤 다른 재료들과 조합했습니다. 프로볼라 치즈와 올리브유 등을 사용하면서 단순히 ‘햄+파인애플’을 올리는 방식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특히 재미있는 주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소르빌로는 파인애플과 토마토를 함께 사용하는 조합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둘 다 산미가 강한 재료이기 때문에 제대로 조합하지 않으면 맛이 충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파인애플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조리하고 어떤 재료와 조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말을 듣고 있으면 우리가 알고 있던 ‘이탈리아인은 파인애플 피자를 절대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탈리아에도 파인애플 피자가 있었다
실제로 소르빌로가 이탈리아 최초로 파인애플 피자를 만든 것도 아닙니다. 로마의 유명 피자이올로 피에르 다니엘레 수(Pier Daniele Seu) 역시 파인애플을 이용한 독특한 피자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파인애플을 그냥 잘라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건조시키는 등 손질을 하고, 여기에 프로볼라와 햄, 올리브, 매운 하바네로 등을 조합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하와이안 피자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입니다. 결국 이탈리아의 일부 젊은 피자 장인들은 오히려 파인애플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이탈리아인은 파인애플 피자를 싫어한다.’ 보다는 ‘전통적인 이탈리아 피자에 파인애플을 올리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아이슬란드 대통령까지 뛰어든 파인애플 피자 논쟁
그런데 이 파인애플 피자 이야기는 이탈리아를 넘어 국제적인 논쟁이 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 아이슬란드 대통령 구드니 요한네손이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인애플 피자에 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대통령은 농담을 섞어 자신에게 권한이 있다면 피자에 파인애플을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은 인터넷을 통해 엄청나게 퍼졌습니다. 갑자기 전 세계 사람들이 파인애플 피자를 놓고 논쟁하기 시작했습니다.
“파인애플은 피자에 어울리는가?”
“절대 안 된다.”
“달콤하고 짭짤해서 맛있다.”
“피자에 과일을 왜 넣느냐?”
사람들의 취향이 완전히 갈렸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발언은 진지한 음식 정책이 아니라 농담이었지만, 파인애플 피자가 얼마나 강력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정말 화를 낼까?
물론 모든 이탈리아 사람이 파인애플 피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해외 음식에 익숙하고, 새로운 조합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도 파인애플을 이용한 피자를 만드는 피자 장인이 존재하고, 그것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피자 문화가 강한 곳에서는 여전히 파인애플 피자가 상당히 논쟁적인 음식인 것은 사실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한국 사람이 외국에서 김치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리한 것을 보고 어색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입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추억까지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면 재미있다
우리는 해외에 가서 현지 음식을 먹을 때 상당히 자유롭게 변형합니다. 한국식으로 먹고 싶으면 간장을 넣기도 하고, 매운맛을 추가하기도 하고, 다른 재료를 넣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에게는 피자가 조금 특별합니다.
특히 나폴리에서는 반죽을 어떻게 만들고, 얼마나 발효시키고, 어떤 온도의 화덕에서 굽고,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까지 하나의 문화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런 음식에 파인애플을 올리니 일부 사람들의 반응이 격렬해지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새로운 음식문화는 언제나 기존의 전통을 조금씩 흔들면서 발전해 왔습니다. 어쩌면 오늘날에는 ‘이상한 피자’라고 불리는 파인애플 피자도 훗날 음식문화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나폴리 사람에게 이 말을 했다가는 또 한바탕 논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파인애플 피자의 승자는 누구일까?
이렇게 정리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맛있게 먹으면 되고, 싫어하는 사람은 안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파인애플 피자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음식 논쟁’을 만들어낸 피자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특히 나폴리의 유명 피자 장인이 직접 파인애플 피자를 만들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는 사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과 새로운 맛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부딪히면서 피자 한 판이 문화전쟁의 무대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그러니 이탈리아 여행 중 피자집에 들어가서 혹시 메뉴에 파인애플 피자가 보인다면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걸 주문하면 이탈리아 사람이 뭐라고 할까?’ 그리고 만약 나폴리에서 현지인 친구와 함께 있다면 파인애플 피자를 한번 권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반응은 책임질 수 없습니다. 하하~
어쩌면 “Nooooo!”라는 외침과 함께 피자집 전체가 뒤집힐지도 모르니까요. 피자 한 판에 파인애플 하나 올렸을 뿐인데, 이탈리아에서는 전통과 혁신, 취향과 자존심까지 등장합니다.
그래서 파인애플 피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음식문화를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문화 아이콘이라고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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