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산, 전북 진안 마이산 답사기

전북 진안군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가장 먼저 목적지로 정한 곳은 마이산이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부터 산의 모습이 다른 산들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말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듯한 두 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 태종이 이곳을 지나며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마이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이산은 두 봉우리로 나뉜다.

동쪽 봉우리는 수마이봉으로 높이가 약 667m이고, 서쪽 봉우리는 암마이봉으로 약 673m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봉우리는 각각 ‘수’와 ‘암’으로 구분된다. 두 봉우리 사이에는 천황문이라는 고개가 있으며, 마이산의 주요 탐방로는 이곳을 중심으로 북부와 남부가 연결된다.

마이산 입구에서 만나는 커다란 호수, 탑영제

마이산 남부 주차장 쪽으로 들어서면 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게 된다. 바로 탑영제다. 마이산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산의 기묘한 봉우리만 생각하고 왔다가, 입구에 펼쳐진 넓은 호수와 주변 풍경에 먼저 감탄하게 된다.
탑영제는 마이산의 두 봉우리와 주변 숲이 물에 비치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바람이 적은 날에는 호수 위에 마이산의 모습이 비쳐 마치 한 폭의 산수화처럼 보인다. 특히 봄철에는 주변 벚꽃과 호수가 어우러지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가를 장식해 산행 전후에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장소가 된다.
마이산의 대표적인 탐방 코스는 북부 주차장이나 관광단지에서 출발해 천황문과 은수사를 거쳐 탑사로 내려온 뒤 탑영제와 금당사를 지나 남부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약 3.3km 코스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리는 코스라서 전문적인 등산을 하지 않는 사람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암벽에 벌집처럼 파인 세계적인 지질 현상, 타포니

마이산의 진짜 신비로움은 산 가까이 다가갔을 때 더욱 분명해진다. 암벽 표면에 크고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콘크리트 벽에 누군가 일부러 구멍을 파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모습은 오랜 세월 자연의 풍화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 지질 현상을 ‘타포니(Tafoni)’라고 한다. 암석 내부와 표면이 오랜 시간 비와 바람, 기온 변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암석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움푹 파인 구멍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마이산의 타포니는 그 규모와 발달 상태가 매우 독특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지질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마이산의 암벽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수많은 구멍이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벌집처럼 보인다.
산을 오르며 이 암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산은 누가 이렇게 조각해 놓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곳의 바위는 누군가 만든 조형물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이 조금씩 깎고 파내어 만든 거대한 자연의 작품이다.

탑사에 들어서면 시작되는 또 하나의 신비

마이산 탐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역시 탑사다. 입구에서 성인 개인 기준 입장료는 3,000원이며, 탑사 안으로 들어서면 자연석으로 쌓아 올린 돌탑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탑사의 돌탑은 단순히 사람들이 재미로 쌓아 올린 돌무더기가 아니다. 이곳의 돌탑에는 한 사람의 평생에 가까운 시간과 신앙이 담겨 있다.
돌탑을 쌓은 인물은 이갑룡 처사다. 그는 1860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25세 무렵 마이산으로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이후 낮에는 주변에서 돌을 모으고 운반했으며, 밤에는 기도하면서 탑을 쌓는 생활을 이어갔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사람들의 죄를 대신 빌고 세상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탑을 쌓았다고 한다. 또한 신의 계시를 받아 천지음양의 이치와 팔진도법에 따라 탑을 쌓았다는 전승도 있다. 그렇게 약 30년에 걸쳐 만든 돌탑이 모두 108기였다고 전해진다.
108이라는 숫자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108번뇌와 연결된다. 즉 108개의 탑에는 인간의 번뇌를 씻고 세상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돌탑의 비밀

탑사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돌탑의 형태다. 돌을 시멘트나 철근으로 고정한 것이 아니라 자연석을 하나씩 쌓아 올렸다. 그런데도 오랜 세월 동안 강한 바람과 비를 견디며 지금까지 남아 있다.
탑은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르다. 높이 1m 정도의 작은 탑부터 10m가 넘는 거대한 탑까지 있으며, 천지탑, 오방탑, 일광탑, 월광탑, 약사탑 등 각각 이름이 붙은 탑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천지탑은 탑사의 대표적인 돌탑으로 꼽힌다. 서로 다른 크기의 돌을 정교하게 쌓아 올린 모습은 가까이서 볼수록 놀랍다. 돌 하나를 잘못 놓으면 전체 균형이 무너질 것 같지만, 오랜 세월 동안 탑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갑룡 처사는 108기의 탑을 쌓았지만 현재는 약 80여 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돌탑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곳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마이산이 기도와 무속의 장소가 된 이유

마이산을 둘러보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독특한 신앙의 장소라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두 개의 봉우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고, 그 사이로 깊은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거대한 암벽과 돌탑이 한곳에 모여 있다. 예로부터 이러한 독특한 산세를 특별한 기운이 모이는 곳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암마이산과 수마이산이라는 이름은 음양의 조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마이산은 오래전부터 기도객들이 찾는 장소였으며, 지금도 무속인이나 기도하는 사람들이 산의 기운을 받기 위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산에 들어서면 일반적인 산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대한 암벽 아래에 돌탑이 빼곡하게 서 있고, 조용히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더해지면서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물론 이런 기운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지질학적으로 독특한 산으로 바라보고, 어떤 사람은 신앙의 장소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서로 다른 시각이 공존한다는 점 자체가 마이산의 특별한 매력이다.

은수사와 금당사까지 함께 둘러보는 여행

마이산에 왔다면 탑사만 보고 돌아가기에는 아쉽다. 탑사 위쪽에는 은수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탐방로를 따라 이동하면 마이산의 독특한 암벽과 산세를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탑사에서 내려오면서는 탑영제의 호수 풍경을 다시 감상할 수 있고, 남부 쪽으로 이동하면 금당사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마이산의 탐방로는 단순히 정상에 오르는 등산 코스라기보다, 호수와 사찰, 돌탑, 기암절벽을 차례로 만나는 답사 코스에 가깝다.
또한 진안은 홍삼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여행을 마친 뒤 진안홍삼 관련 특산품을 구입하거나 지역 음식점에서 전북의 향토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용담호까지 이동해 아름다운 호수와 산악 풍경을 함께 감상하는 것도 좋다.

서울에서 마이산으로 가는 방법

서울에서 자동차로 이동한다면 약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를 예상하는 것이 좋다. 경부고속도로 또는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호남권으로 이동한 뒤 진안 방면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교통량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서울에서 전주까지 이동한 뒤 전주에서 진안행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편리하다. 진안터미널에 도착한 후에는 마이산 방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마이산은 북부와 남부의 탐방 코스가 다르기 때문에 출발 전에 어느 방향으로 들어갈 것인지 정하는 것이 좋다. 탑영제와 탑사를 중심으로 둘러보고 싶다면 남부 주차장 방향이 편리하고, 북부 관광단지에서 출발해 천황문과 은수사를 거쳐 내려오는 코스도 많이 이용된다.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만나는 곳

마이산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거대한 암벽과 그 아래 서 있는 돌탑의 모습이었다.
타포니는 수백만 년에 걸친 자연의 시간이 만들어낸 흔적이다. 반면 탑사의 돌탑은 한 사람이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매일 돌을 나르고 기도하며 쌓아 올린 결과다.
자연은 아주 긴 시간 동안 바위를 파냈고, 인간은 한평생에 가까운 시간 동안 돌을 쌓았다. 마이산은 바로 이 두 가지 시간이 한 장소에서 만나는 곳이다.
말의 귀를 닮은 독특한 봉우리, 벌집처럼 파인 타포니 암벽, 탑영제의 잔잔한 호수, 그리고 이갑룡 처사가 남긴 108개의 돌탑. 이 모든 것이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마이산은 단순한 등산지가 아니라 꼭 한 번 직접 걸어볼 만한 특별한 답사지라고 할 수 있다.

마이산 탑사 돌탑

마이산 타포티 설명 표지판

마이산 타포니

마이산

마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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