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명절 음식 대신 치킨과 생맥주 한잔이 행복한 이유
추석 전날 저녁입니다.
명절을 앞두고 하루 종일 장을 보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조금 지쳤습니다. 냉장고에는 추석 음식 재료가 가득하고, 내일 준비해야 할 일들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녁만큼은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치킨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메뉴는 BHC 콤보입니다. 여러 가지 치킨 메뉴가 있지만 이날 주문한 것은 닭다리살이 주로 들어 있는 콤보 메뉴였습니다.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을 생각하니 집을 나서는 발걸음부터 가벼워집니다.
가격은 23,000원.
여기에 생맥주 한 잔과 콜라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가족들과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다 보니 잠시 후 따뜻한 치킨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습니다. 노릇하게 튀겨진 치킨에서 고소한 냄새가 올라옵니다. 특히 콤보 메뉴는 퍽퍽한 가슴살보다 부드러운 다리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젓가락이나 포크로 살을 떼어 한입 먹으니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닭고기가 어우러집니다.
그리고 생맥주 한 잔.
하루 종일 움직인 뒤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은 이상하게 특별합니다. 비싼 술도 아니고 대단한 안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치킨 한 조각에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가족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입니다.
"내일 몇 시에 일어날까?"
"추석 음식 준비는 다 된 것 같아?"
"아침 먹고 어디부터 갈까?"
이런 평범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그러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웃음이 터집니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마셨는데 계산서를 보니 총 30,000원이 나왔습니다. 치킨 23,000원에 생맥주 한 잔과 콜라 한 병을 더했는데도 가족이 함께한 저녁 한 끼가 3만원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3만원이면 가족의 행복이 보장되는 시대인가?"
물론 3만원으로 모든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저녁만큼은 3만원으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가족이 한자리에 앉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시원한 맥주를 마셨고,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행복을 생각하면 우리는 자꾸 더 크고 좋은 것을 떠올립니다.
좋은 여행을 가야 하고,
비싼 식사를 해야 하고,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면 행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추석 전날 하루 종일 명절 준비로 고생한 뒤 가족들과 치킨집에 앉아 치킨 한 마리를 나눠 먹는 것. 한 사람은 생맥주를 마시고 다른 사람은 콜라를 마시면서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3만원을 내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것이 요즘 우리가 말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말로 하면 안빈낙도(安貧樂道)라는 표현도 떠오릅니다. 가진 것이 아주 많지 않아도 현재의 삶에서 만족과 즐거움을 찾는 태도 말입니다. 물론 3만원짜리 치킨 한 끼를 옛날의 안빈낙도와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행복을 거창한 것에서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명절이라고 꼭 집에서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준비를 조금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한 끼 먹는 것이 오히려 명절을 즐기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추석입니다. 아침부터 할 일도 많고 가족들이 모이면 또 바빠질 것입니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야 할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추석 전날의 이 치킨 한 마리와 생맥주 한 잔의 여유로운 저녁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치킨 23,000원, 생맥주와 콜라를 더해 총 30,000원.
3만원으로 가족 모두가 웃을 수 있었던 저녁.
참 소박하지만, 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즐거움 아닐까요. 그런데 이 치킨집에는 추석 전날임에도 좌석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이 거의 비슷한것 같습니다. 호텔의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서 먹는 20~30여만원 짜리 부페 음식 보다 오늘은 온 가족 3만원의 치킨이 더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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