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떠올린 도쿄 다카다노바바의 추억
30년 전, 유학생의 허기를 달래주던 한 식당
30여 년 전 일본 유학 시절, 내가 가장 자주 찾던 동네는 도쿄 신주쿠구의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였습니다. 당시에는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았기에 값이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무엇보다 소중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가장 든든한 곳이 바로 '교자노오쇼(餃子の王将)'였습니다. 수업을 마친 뒤 친구들과 함께 들어가 노릇하게 구워진 만두와 볶음밥을 주문하면 그날의 피로가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만두, 고슬고슬하면서도 불향이 살아 있는 볶음밥.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한 끼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언젠가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득 생각이 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놀랍게도 그 교자노오쇼는 지금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말입니다.
일본에는 오래된 가게가 살아남는 문화가 있다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수십 년, 심지어 백 년이 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는 가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가게가 생겨나는 속도도 빠르지만, 한편으로는 오래된 가게를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온 신뢰'를 하나의 가치로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맛이 크게 변하지 않고, 서비스도 변하지 않으며, 세월이 흘러도 그 자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은 일본만의 매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학생이었던 손님이 직장인이 되고, 다시 자신의 자녀와 함께 같은 식당을 찾는 모습도 일본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입니다.
다카다노바바역은 와세다 대학의 젊음이 흐르는 거리
다카다노바바역은 일본 최고의 사립 명문 가운데 하나인 와세다대학교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역에서 학교까지 이어지는 와세다도오리(早稲田通り)는 오래전부터 학생들의 거리로 유명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저렴한 식당마다 학생들로 가득 찼고, 저녁이면 동아리 활동을 마친 학생들이 거리를 활기차게 채웠습니다. 헌책방, 카페, 라멘집, 정식집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은 지금도 다카다노바바를 대표하는 모습입니다. 나 역시 유학 시절 이 거리를 수도 없이 걸었습니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학생들의 거리'라는 분위기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 거리를 걸었을까
와세다대학교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납니다. 그는 와세다대학교 문학부에서 공부했습니다. 정확한 동선을 알 수는 없지만, 학생이었던 그는 분명 이 거리 어딘가를 걸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했을 것입니다. 나 역시 같은 시대는 아니지만 같은 거리를 걸었고, 같은 공기를 마셨습니다. 다카다노바바를 다시 떠올리면 '어쩌면 이 길을 무라카미 하루키도 걸었겠지'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작은 상상은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한 그릇의 볶음밥이 남긴 추억
유학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낯선 언어, 낯선 문화, 부족한 생활비. 그 속에서 따뜻한 만두와 볶음밥 한 접시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위로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식당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가게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을 기억하는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은 새로운 곳만 찾는 것이 아니다
도쿄에는 화려한 관광지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진짜 감동은 오래된 추억을 다시 만나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다카다노바바를 방문하게 된다면 유명한 관광지만 둘러보지 말고 교자노오쇼에 들러 만두와 볶음밥을 한 번 맛보시길 권합니다. 그 한 끼 속에는 수십 년 동안 이 거리를 지켜온 역사와 와세다 학생들의 젊음, 그리고 수많은 유학생들의 추억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30년 전의 청춘을 다시 만나게 해준, 잊지 못할 한 그릇의 볶음밥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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