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피 코스트는 왜 대형 관광버스가 골칫거리일까

 이탈리아 관광정책 3편


아말피 코스트는 왜 대형 관광버스가 골칫거리일까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한다면 아말피 코스트는 빼놓기 어려운 곳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푸른 지중해가 펼쳐지고, 절벽을 따라 집과 호텔이 층층이 올라가 있습니다.

아말피, 포지타노, 라벨로 같은 도시들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곳을 자동차나 버스로 여행해보면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도로가 정말 좁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좁은 도로 때문에 아말피 코스트에서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대형버스가 중요한 관광정책의 대상이 됩니다.


사진으로 볼 때는 몰랐던 아말피 코스트의 도로



아말피 코스트의 도로는 바다와 절벽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한쪽은 산이고 다른 한쪽은 낭떠러지입니다.
도로가 넓게 뻗은 평지가 아니기 때문에 대형 차량이 움직이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관광 성수기에는 상황이 더욱 복잡해집니다.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렌터카와 택시, 일반 승용차, 버스가 한꺼번에 도로로 들어옵니다.
여기에 대형 관광버스까지 몰리면 교통은 금세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교통체증이 아닙니다.
좁은 도로에서 대형버스끼리 마주치면 차량 한 대가 지나가기 위해 다른 차량들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말피 코스트에서는 관광버스의 크기와 통행시간, 통행구간 등을 관리하는 방식이 오래전부터 활용되어 왔습니다.


‘대형버스는 무조건 못 들어간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



아말피 코스트를 이야기할 때 흔히 ‘대형버스는 못 들어가고 중형버스로 갈아탄다’는 식으로 설명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책은 시기와 도로 구간, 차량의 크기 등에 따라 다양한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에 모든 대형버스가 언제나 모든 구간에 진입할 수 없다고 단순화해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형 차량의 통행 자체를 지역의 도로 여건에 맞춰 제한하고 관리해왔다는 점입니다.
아말피 코스트의 대표적인 도로인 SS163 아말피타나는 관광객들에게는 세계적인 드라이브 코스이지만, 동시에 지역 주민들이 생활하는 유일한 주요 도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도로를 관광객만을 위해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주민의 출퇴근과 생활물류, 응급차량의 이동도 보장해야 합니다.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 한 대가 도로를 막아버리면 그 피해는 관광객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 주민의 일상도 함께 멈춰버립니다.


아말피가 차량을 통제하는 또 하나의 이유



아말피시가 2026년 시행한 정책을 보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아말피시는 2026년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관광 성수기 동안 역사도심 일부에 보행자 전용구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상 지역은 만소네 거리, 두오모 광장, 로렌초 다말피 거리, 피에트로 카푸아노 거리, 라르고 스피리토 산토 등입니다.
정해진 시간에는 해당 구역의 모든 차량 통행을 금지합니다.
목적도 단순히 관광객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아말피시가 밝힌 이유는 안전, 주민의 생활환경, 공중보건, 대기질과 환경 보호, 대기오염 방지입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자동차를 아예 빼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당히 강력한 정책입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에 오히려 차량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이 많을수록 도시는 더 조용해야 한다


아말피 코스트를 여행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호텔이 운영되고 식당이 손님을 받고 기념품 가게가 장사를 합니다.
지역경제가 관광객으로 활기를 얻습니다.
하지만 관광객이 너무 많아져 도로가 마비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관광객은 관광지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합니다.
주민은 출퇴근이 힘들어집니다.
버스는 도로에 갇히고,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고, 배기가스는 늘어납니다.
결국 관광객이 많이 찾아왔는데 관광의 질은 떨어지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아말피의 정책은 ‘관광객을 많이 받을 것인가, 적게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관광객이 몰려도 도시의 교통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대형버스 대신 작은 이동수단을 이용하게 하는 이유



아말피 코스트에서 대형 관광버스 대신 규모가 작은 차량이나 지역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방식은 관광객 입장에서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 입장에서는 장점이 많습니다.
작은 차량은 좁은 도로에서 상대적으로 움직이기 쉽고, 방향을 전환하거나 교행하기도 편합니다.
무엇보다 대형버스 한 대에 수십 명을 실어 나르는 방식보다 차량의 이동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관광객에게는 ‘버스를 갈아타는 번거로움’이지만, 도시에게는 ‘도로의 압력을 줄이는 방법’인 것입니다.
이것이 아말피 코스트의 독특한 관광정책입니다.


아말피는 관광객에게 불편한 도시일 수도 있다



아말피 코스트는 여행하기 편한 곳은 아닙니다.
도로는 좁고, 교통은 복잡하며, 성수기에는 차량이 몰립니다.
관광객이 원하는 대로 대형버스를 타고 관광지 바로 앞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이 오히려 아말피 코스트를 지키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아말피가 서울처럼 넓은 도로를 만들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절벽을 깎아 4차선 도로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도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관광객의 이동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아말피는 바로 그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관광객과 주민이 함께 쓰는 도시



아말피 코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광객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입니다.
관광객은 몇 시간 또는 며칠 머물다가 떠나지만, 주민은 그곳에서 1년 내내 살아갑니다.
그래서 관광객에게 조금 불편하더라도 주민의 생활과 도로의 안전을 지켜야 합니다.
2026년 아말피시가 역사도심에 시간대별 보행자 전용구역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관광 성수기에 차량 통행을 제한함으로써 안전과 생활환경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정책을 보면서 관광정책이 단순히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면 오히려 차량을 줄여야 하고, 대형버스의 움직임을 제한해야 하고, 관광객이 조금 더 걸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불편함이 결국 관광지를 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말피 코스트의 절벽도로를 바라보며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 때문에 그 풍경을 만들어낸 도로와 자연환경이 망가져서는 안 된다.
아말피의 관광정책은 바로 그 균형을 찾는 과정입니다.

피렌체가 역사도심에서 관광버스를 관리하고, 베네치아가 관광그룹의 규모를 제한했다면 아말피는 좁은 해안도로라는 자연적 한계에 맞춰 차량의 크기와 흐름을 관리합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관광정책의 마지막 사례인 로마에 가면 이러한 원칙이 훨씬 더 큰 규모로 나타납니다.




포지타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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